집에 있는 비주류 게임 유저, PC방으로 불러올 수 없을까
 3월 10일 기준 PC방 게임사용량 TOP10을 장르별로 살펴보면 FPS가 4개, RPG가 3개, RTS가 2개, 스포츠가 1개다. 20위로 범위를 넓히면 고포류(한게임포커)가 하나 추가되고, 30위까지는 레이싱(카트라이더)이 더해진다. 아케이드와 보드를 더하면 총 8개 장르가 150위까지 분포돼 있는데, 여기에 없는 장르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주로 집에서만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PC방으로 불러오면 어떨까?
2020년 네오위즈가 ‘디제이맥스 리스펙트V(이하 디맥V)’를 스팀 버전으로 출시했을 때, 기자는 집에서 쓰던 60Hz 모니터를 두고 165Hz 주사율 모니터를 쓰는 PC방에서 곧잘 ‘디맥V’를 플레이했다. 20년 전 ‘디제이맥스온라인’이 한창 뜨겁던 시절에는 PC방에서도 리듬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을 제법 볼 수 있었지만, 지난 1년여 간 PC방을 다니면서 아쉽게도 리듬게임 플레이어는 찾기 어려웠다.
PC방에서 찾기 어려운 장르는 상술한 리듬액션을 비롯해 ‘철권’으로 대표되는 대전액션도 포함된다. PC방 리서치 게임트릭스 역시 장르 선택 항목을 고스톱과 포커를 구분해 9개로 제시하고 있다. 세세하게 따지고 들면 리듬액션, 대전액션 등의 장르는 아케이드로 통합돼 있고, ‘철권7’은 62위(2,055시간), 리듬게임 ‘알투비트’는 67위(1,876시간), ‘오디션’은 71위(1,738시간) 등을 기록하고 있다(‘디맥V’는 아쉽게도 순위에 없다).
PC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일 사용시간을 약 6,000시간으로 가정하면, 사실상 30위 ‘스페셜포스’(6,181시간) 이하의 게임들은 고개를 숙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범위를 조금 넓히면 사정은 달라진다. ‘디맥V’와 ‘철권7’은 모두 국내에서만 50만 카피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작품으로, PC방 TOP10 게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유저 이탈이 많지 않고 고정팬이 많은 게임이기도 하다.
다만 장르 자체가 메이저가 아니라 마이너에 가깝고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어서, ‘아세토코르사’ 등 리얼드라이빙 시뮬레이션 장르와 더불어 PC방에서 게임 자체가 흥행하기는 어렵다. 다만 상술한 게임들 모두 자체 클라이언트 내에서 온라인 플레이를 지원하는 만큼, 다양한 즐길거리를 만들어 집에서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PC방으로 오게 만들 수는 있다. 물론 스팀은 공용 계정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게이머들이 개별적으로 해당 게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가령 ‘디맥V’의 경우 특정 난이도의 곡을 지정하고 높은 점수에 도전해 PC방 이용권 등을 제공하는 스코어어택 이벤트를 기획할 수 있다. ‘디맥V’의 곡 난이도는 1부터 15까지 다양한데, 높은 점수만으로 순위를 정하면 소위 ‘고인물’들 만의 잔치가 된다. 때문에 너무 어렵지 않은 6~7 난이도의 곡을 지정하거나, 높은 점수가 아닌 지정 점수를 내는 방식으로 목표를 다양화하면 실력자는 물론 기자처럼 실력이 변변찮은 사람들도 끌어모을 수 있다.
리듬 게임은 기존 키보드로 플레이하지만 ‘철권7’, ‘스트리트파이터5’ 등 대전액션 게임은 별도의 아케이트 컨트롤러가 필요하다. 값비싼 제품은 수십만 원에 달하지만 저렴한 제품은 기계식 키보드 가격 정도로 구매할 수 있어, 최근 XBOX 컨트롤러를 도입하는 것만큼이나 어렵지 않은 일이다.
다만 레이싱 장르의 경우 게임에 따라 드라이빙 휠의 필요 여부가 나뉜다. ‘니드포스피드’, ‘포르자호라이즌5’ 등 약간은 캐주얼한 타이틀은 키보드로도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아세토코르사’ 등 리얼드라이빙 게임은 드라이빙 휠, 페달, 쉬프터 등 본격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게임 콘솔을 이용해 리얼드라이빙 게임을 제공하는 소위 ‘레이싱 게임 카페’도 찾아볼 수 있는데, PC방에서 전용 좌석 수준의 세팅이 요구되는 리얼드라이빙 장르는 비주류 장르 중에서도 도입이 어려운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대전게임은 리듬게임과 마찬가지로 마니아들이 많은 만큼, 관련 커뮤니티나 SNS 등에 홍보해 집에 있는 마니아들을 PC방으로 불러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저들이 참가하는 이벤트는 최다연승 기록, 고수를 상대로 최대한 오래 버티기 등 다양한 방안을 적용할 수 있다. 대전게임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높은 ‘철권’ 시리즈는 2024년에 후속작 ‘철권8’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 ‘철권7’을 PC방에서 즐기는 것이 정착된다면 후속작으로 흥행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
